국내 SAT 부실관리로 `국제 망신'

문제유출 의혹이 제기됐던 1월 미 대학수학능력시험(SAT)이 국내 응시자에 한해 최종 무효 처리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됐다.

SAT 출제기관인 미국 교육평가원(ETS)에 따르면 지난 1월27일 SAT1 시험 응시생 가운데 한국 내 고사장에서 시험을 본 900여명의 성적이 무효로 처리됐다.

토머스 유잉 ETS 홍보담당관은 이에 대해 “칼리지보드(SAT 시험 주관처)와 공동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 시험을 본 몇몇 학생들이 1월27일 시험 이전에 문제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로 밝혀졌다”고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시험문제 사전 유출 의혹이 공식 확인된 것.

1월 SAT1 시험이 2005년 12월 시험과 똑같이 출제됐으며 학원에서 시험 직전 2005년 12월 기출문제를 수강생들에게 제공해 사실상 문제가 유출된 것이라는 몇몇 수험생들의 이의 제기에 따라 ETS와 칼리지보드는 한 달여 동안 국내 SAT 테스트센터와 수험생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끝에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SAT 시험장의 허술한 관리와 관리자들의 부도덕성으로 한국 수험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SAT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ETS가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2005년 SAT 테스트센터였던 모 외국어고는 유학반 학생 일부가 SAT 화학시험을 앞두고 사전에 똑같은 문제를 풀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ETS로부터 테스트센터 지정을 취소당한 바 있다.

이 처럼 SAT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시험 응시자가 많이 다니는 고교들이 국내 테스트센터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내 SAT 테스트센터 12곳은 외국인학교와 특목고 등으로 해당 학교 교직원이 SAT 시험 코디네이터를 겸하고 있어 몰래 부정행위가 저질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1월 SAT 시험에서 국내 테스트센터 중 하나인 A고교 학생들이 시험장에서 전자사전을 이용하거나 서로 답을 맞춰봤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SAT도 응시생이 다니는 학교가 아닌 제3의 기관이 관리를 맡아 공정하게 시험이 치러질 수 있도록 중립적인 입장에서 감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