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SKY 캐슬'… 美 명문대 초대형 입시비리 터져

미국판 'SKY 캐슬'… 美 명문대 초대형 입시비리 터져

입시 코디가 서류 조작·대리시험 시켰다

 

TV스타, CEO등 총 50명 적발, 뒷돈만 280억원...해당 학생들 기소는 면하지만 학적 박탈될 듯

 

명문대를 향한 어긋난 욕망이 이번에는 미국 상류사회를 덮쳤다. 미국 스탠퍼드, 예일 등 명문대의 운동부 코치들이 거액을 받고 유명인사 자녀들을 부정 입학시킨 초대형 대입 비리 사건이 터졌다. 유명 TV 스타, 할리우드 배우, 기업체 CEO 등이 2011년부터 최근까지 입시브로커, 대학코치 등에게 건넨 ‘검은 돈’만 2500만달러(약 283억원)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12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 연방지방검찰청 앤드루 렐링 검사와 연방수사국(FBI) 조지프 보나보론타 보스턴 지부장이 개최한 기자회견을 상세하게 전했다.

 

‘미국판 스카이캐슬’로 불리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학부모 33명, 대학코치 9명, 입시브로커 등 50명이 넘는다. 입시 비리로 학생을 받아들인 조지타운, 스탠퍼드, 웨이크 포리스트, UCLA, USC, 예일, 텍사스 대학 등도 발칵 뒤집어졌다. 대학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홍역을 앓을 수밖에 없다. UCLA, 스탠퍼드 등 일부 대학은 문제가 드러난 코치를 해고하고,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부정입학한 학생들의 전공은 축구, 요트, 테니스, 수구, 배구, 조정 등 다양하다. 특히, 예일대 여자축구팀 코치 루돌프 메러디스, 스탠퍼드대 전 요트팀 코치 존 벤더모어 등이 브로커로부터 수십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판 ‘체대 스카이캐슬’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은 월리엄 싱어(William Singer)라는 입시 컨설팅업체 대표다. 미 연방검찰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싱어는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 ‘에지 칼리지&커리어 네트워크’라는 이름의 사교육 기관을 세웠다. 수상 경력, 실기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반영돼 상대적으로 허점을 찾기 쉬운 체대 입시가 그의 주 활동 무대였다. 축구, 요트, 테니스, 수구, 배구, 조정 등 종목을 막론하고 범행을 했다. 미 검찰은 “싱어가 학생들이 몸담지 않았던 팀이나 수상실적을 허위로 꾸며낸 운동 프로필을 제작해 입학 원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싱어의 범행 방식은 대담했다. 입학을 향해 법을 어겨가며 물불을 가리지 않은 모습이 스카이캐슬의 ‘입시 코디’와 닮았다. 싱어는 없는 사실을 날조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찾은 운동 선수 이미지에 학생 얼굴을 포토샵으로 합성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축구를 해 본 적도 없는 A여학생을 캘리포니아 유명 축구팀의 공동 주장으로 둔갑시키는 식이었다.

 

뇌물을 활용한 매수는 필수였다. 연방검찰은 싱어가 예일대 축구감독 루돌프 메레디스에게 4만달러(약4500만원)을 건네 A여학생을 예일대 여성 축구팀에 입학시켰다고 밝혔다. A의 부모가 싱어에게 지불한 돈은 모두 합쳐 약 120만달러(약13억5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은 뒷돈은 운동코치 뿐 아니라 SAT(미국 수학능력시험)ㆍACT(미 학력고사) 등 대학 입시 시험을 관리하는 책임자에게도 흘러갔다. 학생이 답안이나 면접 답변을 규정에 맞지 않게 수정하거나, 아예 제3자를 들여보내 대리 시험을 치르는 일이 버젓이 벌어졌다. 싱어는 한 학부모에게 “자녀의 학습능력에 장애가 있다고 속여 제한된 시험 시간을 불법으로 이틀 이상 연장시킬 수 있다”고 조언해 이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그가 학부모와 코치를 몰래 잇는 단순 브로커가 아니라, 입시 전반에 개입하는 부정입학 전문가로 활동했다는 게 미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이번 사건이 미 여론의 주목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싱어에게 돈을 건네고 부정입학을 의뢰한 학부모들 중 유명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어서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ABC 방송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출연 배우 펠리시티 허프먼이 대표적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허프먼은 첫째 딸이 SAT에 무제한 응시하는 조건으로 싱어에게 1만5000달러를 건넸다. 이어 둘째 딸의 시험성적을 부풀리는 방안도 논의한 정황이 포착됐다.

시트콤 ‘풀하우스’에 출연한 배우 로리 러프린도 두 딸을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입학시키기 위해 총 50만달러를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녀의 딸 올리비아 제이드 지아눌리(일명 ‘OJ’)가 USC 생활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연예인 뿐 아니라 뉴욕 소재 로펌 공동대표 고든 캐플런, LA의 부티크 마케팅업체 대표 제인 버킹엄, 뉴욕 포장업체 대표 그레고리 애벗 등 법조계 인사 및 기업체 CEO들이 줄줄이 수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자녀의 대학 간판을 위해 상류층 학부모들이 지출한 돈은 1인당 수십만 달러에서 최대 650만 달러(약 73억3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그들의 행동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기적이고 수치스러운 짓이었다”고 단언했다. 매사추세츠 주의 앤드류 이렐링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원동력은 학부모”라면서 “부모들이 부를 이용해 자녀를 위한 불공정한 입학 절차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부모가 시험 점수를 조작하고, 학교에 집어넣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있다는 사실을 학생 본인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관행이 이미 미 명문대 입시에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NYT는 “엘리트 대학 입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돈을 사용하는 일은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는 입시전문가 크리스토퍼 헌트의 말을 전했다. 추가 수사로 더 많은 유명인사가 적발될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다.

 

검찰은 “대학 측이 입시 브로커와 공모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부정입학한 학생은 입건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적 박탈이나 퇴학 등의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중앙일보]